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수 클리볼드
나의 독서 취향은 소설보다 수필/에세이류에 더 가깝다. 그 중에서도, "나는 ~입니다" 라는 식으로 이름이 붙어진 책이라면 일단 집고 본다. 누군가의 직업이나 상황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사념을 공유하는 건 얼마나 귀하고 특별한 경험인가.. 간호사가 쓴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라거나 법의학자가 쓴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변호사가 쓴 "사람을 변호하는 일" 같은 책들도 참 좋았다.
그런데 이런 책들은 하나같이, 감정적으로 참 읽기가 힘들다. 내가 어두운 책만 접한 탓이겠지만. 밝은 책들도 있겠지만, 내가 본 대부분의 책들은 너무나도 어둡고 무거웠다. 예를 들면, 간호사가 늘상 마주하는 불안한 에너지의 환자들이라던가 장애인 피해자를 상대로 입에 담지도 못할 짓거리들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 콜럼바인 총기난사 사건의 가해자인 딜런의 어머니이다. 가해자 딜런이 범죄 이후 자살하고, 그 이후 남겨진 어머니 수 클리볼드가 그 당시를 회상하며 처참하게 무너진 자신과 가족과 생활을 담은 글이다. 어머니로서 아들의 범죄를 감싸려는 글이 아닌 참회, 속죄, 자책의 글이다. 수 클리볼드는 범죄 이후 피해자의 유가족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로부터 분노와 비난이 담긴 편지를 받는다. 그 중에는 아들의 범죄 징후를 알아채지 못함을 탓하는 글도 있다.
하지만 책에는 온통 아들을 사랑했던 마음이 묻어난다. 어떻게 아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와 이야기와 상황을 모두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 지. 어떻게 그런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자란 아들이 그런 범죄를 일으켰는지. 모든걸 쏟아부은 아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마음은 얼마나 처참히 무너졌을지. 감히 가늠하기도, 헤아리기도 어렵다. 사건 이후 맞닥뜨리는 크고 막막한 상황을 떠나 아들에 관한 행복한 이야기와 기억이 너무나도 생생해서, 그게 힘들다. 도대체 어떻게 이겨냈을까. 아들의 작디 작은 우울증 증세를 파악하지 못한 어머니의 잘못인건가. 나는 잘 모르겠다.
친구에게 선물하려다가 재고가 없어서 못 샀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안 사길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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