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s of Seeing (다른 방식으로 보기) - 존 버거

b__ono__ng 2023. 11. 4. 15:23

지인 작가님이 개인전을 준비하실 때 나누었던 잊지 못할 대화가 있다.
"창작도 여타 일과 똑같은 노동이고, 꿈보다 해몽이예요."

대부분의 미술 에세이는 작가의 생애와 철학이 어떠한 방식으로 작품에 녹아져 있는지를 설명한다. 당연하다.
작품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작가가 어떤 바를 쏟아내어 작품으로 표현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니까. (물론 모든 작품이 그런 의미를 담진 않겠다만.)
다만, 이 책의 저자인 존 버거는 미술 작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안한다. 

Ways of Seeing, John Berger

존 버거는 근현대 이전의 미술 작품, 예컨대 중세나 르네상스 때부터 고전주의 사이의 미술 작품에 초점을 맞추었다.
여기서 미술 작품에 작가나 관객을 투영하는 것이 아닌 시대상과 생활 수준, 사회적 지위 등을 투영한 시선을 제안하는데, 다음의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1. 카메라의 발명에도 회화 작품이 소비되는 이유는 무엇이고, 소비하는 주체는 사회적으로 어떤 지위에 있는 사람인가?
  2. 생존과 여성성의 관계에 이어지는 작품 속 인물의 주된 성별과 여성의 지위, 관능은 어떤 관계에 있는가?
  3. 유화 작품의 존재가치와, 회화에 담아내는 장면에 숨겨진 의도는 무엇인가?
  4. 광고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어떤 속성을 활용하고자 하는가?

미술 작품(특히, 근현대 이전의 미술 작품)을 위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결코 우리가 생각하는 미술의 고귀함이나 순수함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미술 작품은 부자들이나 소비하는 문화였고, 그 목적이 단순 예술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부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함이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인간의 본질적인 속성인 성과 욕망같은 것들을 건드린다.
한 가지 예로 들자면, 아래 작품에서 엿볼 수 있다.

게인즈버러, '앤드루스 부부', 1750, 캔버스에 유채, 69.8㎝ × 119.4㎝, 내셔널 갤러리, 영국 런던

이 작품을 단순하게 바라보면 앤드루스 부부를 그린 초상화 작품으로 보인다.
그런데 작품을 자세히 보면 뭔가 구도가 이상하다. 작품의 주요 객체인 사람이 꽤나 왼쪽에 치우쳐져 있다.
이러한 의도는 앤드루스 부부의 재산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부부의 사유지인 정원 혹은 부지를 넓은 구도로 보여줌으로써, 이들이 가지고 있는 막대한 부를 보이기 위한 의도적인 장치인 것이다.
그리고 남자가 든 총은 더이상 경제 활동이 필요 없는 사람임을 보이기 위한 장치로 해석되고, 남자가 들고 있는 총알 주머니와 그 위치, 여자가 들고 있는 수꿩의 꼬리 깃털같은 것들은 성적인 풍자를 내뿜는다. (남성성을 여성성이 장악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런 예처럼, 존 버거는 미술 작품을 바라볼 때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예술성만을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시대상과 작품에 숨겨진 풍자, 의도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안했다.
 
미술 작품을 마주한 자신이 비평가인가, 혹은 감상자인가는 자신이 선택할 문제이다. 나는 감상자로 남기로 했다.
아래는 존 버거가 서론에 인용한 시 한 구절이다.

Writing shit about new snow

for the rich
is not art.

Go on, continue ... cont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