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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패트릭 브링리 본문

영화 "어바웃타임"의 한 장면이 스친다.
주인공 팀 레이크는 사랑하는 아내인 메리를 만난 뒤, 태어날 딸을 위해 지겹고 지루한 일상을 보낸다.
주인공 팀 레이크의 가문에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팀의 아버지는 고단한 일상을 보낸 팀에게 똑같은 하루를 한번 더 살아보라고 조언한다. 단, 두 번째 살아볼 때는 세상이 얼마나 달콤한지 느껴보라 한다.
팀은 똑같은 하루를 똑같이, 다시 살아본다.
팀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일상 속 작은 행복들을 보고 느낀다. 지하철의 시끄러운 손님이나, 까칠한 직장 상사나, 흐르듯 지나간 매점원이나 일상의 고단한 업무까지 하나하나 샅샅이 살피며 작은 행복들을 느낀다.
늦은 밤, 아내인 메리가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묻는다.
팀은 꽤 괜찮은 하루였다고, 정말 좋은 하루였다고 대답한다.
패트릭 브링리의 이야기는 형, 아기, 미술, 미술관, 경비원 등에 대한 이야기로 꿰여 있다.
형의 죽음으로 인해 브링리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렸고, 미술관에 들어가 경비원 일을 시작한다.
브링리는 미술관의 경비원으로서 하루 종일 수백 명의 관람객들이나 수십 명의 경비원들, 메트의 수천 개 미술품들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브링리가 바라본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입체적이며, 그 입자 하나하나가 경이롭고 다채롭다. 미술품 하나에도 한 사람의 긴 사연이 투영되고 긴 사연 안에 많은 감정이 담긴다.
아래는 본 책의 마지막 글이다.
세상이 이토록 형형색색으로 화려하고 충만하며, 그런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며,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들을 정성을 다해 만들려는 본성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사실이 신비롭다. 예술은 평범한 것과 신비로움 양쪽 모두에 관한 것이어서 우리에게 뻔한 것들, 간과하고 지나간 것들을 돌아보도록 일깨워준다. 예술이 있는 곳에서 보낼 수 있었던 모든 시간에 고마운 마음이다. 나는 다시 이곳에 돌아올 것이다.
10년 전, 배치된 구역에 처음 섰을 때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있었다. 때때로 삶은 단순함과 정적만으로 이루어져 있을 때도 있다. 빛을 발하는 예술품들 사이에서 방심하지 않고 모든 것을 살피는 경비원의 삶처럼 말이다. 그러나 삶은 군말 없이 살아가면서 고군분투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기도 하다.
5시 30분이 되자 나는 클립으로 부착하는 해진 넥타이를 떼고서 중앙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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